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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리오 패혈증, 장염으로 착각하면 목숨 잃는다...간·당뇨병 환자 치명률 50%
무더위로 해수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해안가 인접 지역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와 보건당국이 일제히 '비브리오 패혈증' 감염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바닷물 온도가 18도 이상 올라가는 5~6월부터 본격적으로 증식을 시작해 8~9월에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높아지면서 비브리오균의 활동 시기가 앞당겨지고 증식 속도 또한 빨라지는 추세다.
문제는 치명률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초기 증상이 일반적인 식중독이나 장염, 심한 몸살과 비슷해 환자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며,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급격한 패혈성 쇼크나 심각한 피부 괴사로 이어져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특히 만성 간 질환자나 당뇨병 환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치명률이 50%에 육박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감염내과 전문의 임재형 교수(인하대병원)의 도움말로 여름철 주의해야 하는 비브리오 패혈증의 전조증상과 올바른 대처법, 예방수칙을 자세히 알아봤다.
'장염 비브리오'와 '비브리오 패혈증', 이름만 비슷할 뿐...원인균부터 달라
'비브리오'와 관련한 질환으로는 장염 비브리오, 비브리오 패혈증이 있다. 두 질환은 이름이 비슷하고 해산물이나 바닷물이라는 감염 경로가 겹쳐 혼동하기 쉬우나, 원인균 자체가 다른 별개의 질환이다.
흔히 '장염 비브리오'라 불리는 질환은 주로 장염 비브리오균(Vibrio parahaemolyticus)에 의해 발생한다. 오염된 어패류나 해산물을 날로 먹거나 충분히 익히지 않고 섭취한 뒤 설사, 복통, 구토, 발열 같은 위장관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은 비교적 짧은 기간의 급성 장염으로 지나간다. 드물게 면역저하자나 기저질환자에서는 심하게 진행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비브리오 패혈증'이다. 이 질환의 원인균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로, 오염된 해산물 섭취뿐 아니라 상처 난 피부가 바닷물이나 해산물에 노출될 때도 감염될 수 있다. 간경변, 만성 간질환, 알코올 의존, 당뇨병, 면역저하 상태에서는 이 균이 혈류로 침범해 패혈증, 저혈압, 수포성 피부 병변, 괴사성 연조직 감염으로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훨씬 치명적이다.
임재형 교수는 '같은 균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장염, 간 질환자에게는 패혈증을 일으킨다'고 단순화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장염 비브리오와 비브리오 패혈증은 대표 원인균이 서로 다른 별개의 질환이며, 둘 다 해산물·바닷물과 관련된 비브리오속 세균 감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는 특히 간질환자 등 고위험군에서 패혈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전신 급격히 나빠지고 다리에 피부 병변 동반 시, 즉시 응급질환으로 대응해야
비브리오 패혈증은 감염 초기에 발열, 오한, 구토 등 단순 장염과 구분하기 어려운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를 장염으로 여겨 방치하는 사이 병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임재형 교수는 "가장 위험 신호는 전신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가, 그리고 피부 병변이 동반되는가"라고 말했다.
전신 상태 악화의 경우, 발열·오한뿐 아니라 심한 쇠약감, 저혈압, 의식 저하와 같은 전신염증 증상 또는 쇼크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피부 병변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주로 다리부터 시작하는 통증, 부종, 자반 등이 초기 징후이며, 진행하면 출혈성 수포까지 발생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이러한 피부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간경변, 만성음주자, 당뇨, 면역저하와 같은 위험군은 덜 익힌 어패류, 해산물 또는 바닷물에 접촉한 뒤 이상이 느껴지면 즉시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산물 섭취 외에 작은 피부 상처를 통한 감염도 경계해야 한다. 바위에 긁힌 찰과상, 베인 상처, 무좀으로 갈라진 피부, 피부염 부위 등은 모두 균의 침투 통로가 될 수 있다. 임 교수는 "모기 물림 자체가 대표적인 감염 경로는 아니지만, 긁어서 피부가 벗겨지거나 진물이 나는 상처가 생겼다면 바닷물 접촉 시 감염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 골든타임에 대해 임 교수는 "의심하는 즉시 응급질환으로 대응해야 하며, 패혈증이나 쇼크가 의심되면 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통상 병원 도착 후 1시간 이내 항생제 투여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간 질환·당뇨병 환자, 패혈증으로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비브리오 패혈증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발생 가능하지만, 만성 간질환, 당뇨병, 면역저하자에서 혈류 감염과 패혈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훨씬 크다.
임재형 교수는 간 질환자에서 패혈증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이유를 "간 질환에서 세균 방어능과 철 대사가 함께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는 철을 잘 이용해 증식하는 균인데, 간경변이나 알코올성 간질환에서는 혈중 이용 가능한 철이 증가하고, 간의 세균 제거 기능과 보체 등 면역 단백 생성도 저하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균이 혈액 안에서 빠르게 증식해 패혈증으로 진행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당뇨병이나 면역저하 상태에서는 별도의 기전이 더해진다. 임 교수는 "호중구 기능과 말초 조직 방어능이 떨어져 피부와 연조직 감염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며 "여기에 불니피쿠스 균의 독소와 조직침범 능력이 더해지면 저혈압, 수포성 피부병변, 괴사성 연조직 감염, 다발장기부전으로 급격히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항생제 투여가 기본... 괴사 범위 광범위하면 조직 절제·절단술까지
비브리오 패혈증의 치료는 항생제 투여만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환자 상태에 따라 외과적 치료와 집중적인 전신 관리가 함께 필요할 수 있다.
임재형 교수는 "비브리오 패혈증이 의심되면 가능한 한 빨리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 균은 피부와 연조직을 빠르게 침범해 수포, 괴사성 병변, 괴사성 근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어 항생제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경우도 있다. 임 교수는 "감염된 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된 경우에는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응급 수술이 필요하며, 감염 범위가 매우 넓거나 조직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절단술이 시행되는 경우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주·레몬즙 살균은 속설... 해산물 85℃ 이상 가열 조리로 예방해야
해산물을 소주와 함께 먹거나 레몬즙 또는 식초를 뿌리면 비브리오균이 제거된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임재형 교수는 "소주에 들어 있는 알코올 농도는 일반적으로 16~20% 정도인데, 음식 표면이나 해산물 내부에 존재하는 세균을 단시간에 충분히 살균할 정도로 높지 않다"고 밝혔다. 레몬즙과 식초에 대해서도 "산성 환경을 만들어 일부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해산물에 존재하는 비브리오균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안전성을 보장할 정도의 살균 효과는 없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비브리오균 예방법으로 85℃ 이상의 충분한 가열 조리를 꼽으며 "날것이나 덜 익힌 해산물 섭취는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어패류는 중심부까지 충분히 익혀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산물 구입 후에는 신속히 냉장 보관하고 칼·도마 등을 통한 교차오염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감염병으로,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질환으로 대응해야 한다. 간경변, 만성 음주, 당뇨, 면역저하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은 덜 익힌 어패류·해산물 섭취나 바닷물 접촉 후 발열·피부 이상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진찰을 받아야 한다. 패혈증이나 쇼크가 의심될 때는 병원 도착 후 1시간 이내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충분한 가열 조리와 피부 상처 관리라는 기본 예방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치명적인 감염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최선이다.